오덕수의 시간
오늘은 유난히 더운 날이다. 유아 부 청소년 부 할 것 없이 원장선생님의 지시에 따라서 아이들이 열심히 청소를 한다.
1층 대청소를 하는 날은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아이가 들어오는 날’ 로 정해져 있다.
그래서인지 어떤 아이들은 친구가 들어올 거라는 기대감에 들뜬 아이들도, 귀찮음이 표정에 드러난 아이들도 보인다.
“선생님 너무 더운데 에어컨 좀 틀어주면 안 돼요?! 축구 하는 아저씨들이 기증한 거 있잖아요!”
“안돼! 전기요금 많이 나와서 오늘은 시원한 거야!”
지역 축구팀에서 1년전에 기증한 에어컨이 있지만, 작동되는 걸 본 아이는 거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에는 나가는 아이들은 없고 들어오는 아이들만 많아지다 보니 보육원 운영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청소가 끝나고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손에 든 아이들이 2층으로 가는 계단에 옹기종기 앉아서 대화를 나눈다.
“이번에 오는 애는 얼마나 있다 갈까 내기 할래?”
“오키 뭐 걸고 할 건데?”
“이긴 사람 청소 당번 대신 해주기?”
“븅신아 전에 청소내기 하다 걸려서 선생님한테 오지게 혼난 거 기억 안 나냐?”
“그럼 햄버거 걸고하자 햄버거”
햄버거는 시골에 있는 보육원에서는 가끔 봉사를 오거나 행사가 있을 때나 먹는 귀한 음식이다.
보통은 인원수보다 넉넉하게 가지고 와서 남기 마련인데, 이것을 두고 내기를 한다.
원장선생님은 아이들끼리 내기하는 것을 엄하게 처벌하기에, 내기에 진 아이들이 배부르다고 하고 이긴 아이에게 몰아주는 식으로 한다.
“그럼 난 1년!”
“나는 3년”
“야 오타쿠 너도 골라야지”
“나는 안 하고싶은데…선생님도 하지 말라고 했잖아…”
오타쿠는 나의 별명이다. 발음이 오타쿠와 비슷해서 붙은 별명이기도 하지만, 아이들 이랑 어울려 놀기보단 만화를 보거나 책을 보는 것을 더 좋아해서 지어진 별명이기도 하다.
“이 새끼 지 혼자 빠지려고 얼른 안 골라?”
“난 그냥 안 할래. 별로 관심 없어”
탁
뒤통수가 얼얼하다. 하지만 딱히 기분이 나쁘진 않다. 익숙해져서 그런 걸까?
“ㅋㅋㅋ 이 새끼 바지에 아이스크림 떨어졌어. 오줌 쌌냐?”
부끄럽지 않다. 익숙해져서 그런 걸까?
“왔다!”
보육원 마당으로 검은 차 한 대가 들어온다. 아이들은 시선을 대놓고 두지는 않지만 모두가 어떤 아이가 들어올지 관심있는 분위기이다.
어쩌면 나도…
차 문이 열리고 여자아이가 내린다. 누가 봐도 좋은 옷에 곱게 자란 티가 난다.
나와는 다른 환경에서 다른 사람들과 살던 존재…
이곳과는 절대 어울리지 않을 존재이다…
어디서 다쳤는지 팔에는 깁스를 하고 있고, 트렁크에서 가방이 몇 개나 나온다.
“에이 씨 길게는 안 있겠다.”
내기를 했던 아이들의 희비가 갈린다. 보통 길게 있는 아이들은 오히려 짐을 많이 가져오지 않는다.
사정이 있어서 잠시 들르는 아이들이 유독 가지고 오는 짐이 많기 때문이다.
"인사하렴 이름은 강하루고 12살이야. 부모님이 교통사고를 당하셔서 퇴원하실 때 까지만 잠깐 보육원에 있을거니까. 다들 친하게 지내렴"
